국내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로봇공학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자동차는 공학 기술의 집합체라고 하는 말이 있는 만큼 자동차 회사들은 다양한 산업의 회사들과 M&A를 체결하곤 하지만, 자동차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로봇 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어떤 회사이고 왜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회사를 인수했을까?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Dynamics)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시뮬레이션·디자인 및 로봇 공학 기업으로, 1992년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박사에 의해 창립되었다.
이전까지의 로봇이나 휴머노이드들은 누가 보아도 로봇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운동 성능과 제어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Youtube에 공개한 로봇 시연 영상에서는 경이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로봇의 운동 능력을 보여준다. (심지어 나보다 더 유연한 것 같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지형이 변화하거나 운행 중 충격을 받을 때에도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고 걸어 나간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빅 독(Big dog), 리틀 독(Little dog), 와일드 캣(Wild cat), 펫맨(PETMAN), 아틀라스(Atlas), 스팟(Spot), 핸들(HANDLE)등 다양한 로봇들을 선보였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이고 완성도 높은 로봇들인 아틀라스와 스팟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아틀라스(Atlas)
아틀라스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람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2018년 공개된 아틀라스는 지지대 없이 완전 자율 직립 이족보행이 가능하며, 복잡한 지형에서도 능동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그리고 두 팔을 이용하여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고, 넘어진 상태에서도 이를 이용하여 직접 일어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나무와 같은 장애물이 있어도 이를 피해 점프하고 높은 계단도 성큼성큼 올라가는 엄청난 수준의 2족 보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Youtube채널을 보면 로봇이 구르고, 회전하며 춤까지 추는 기이한 영상들을 볼 수 있다.
(2) 스팟(Spot)
보스턴 다이내믹의 가장 대표적인 4족 보행 로봇이고 가장 먼저 상용화가 이루어진 로봇이다. 스팟은 '로봇 개'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데, 생김새와 크기가 대형견의 것과 비슷하고 로봇 사용자의 옆을 졸랑졸랑 따라 다니는 모습 때문에 생긴 별칭 같다.
스팟은 4개의 다리를 통해 이동하며 최대 14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비디오 게임용 컨트롤러처럼 생긴 제어기를 이용해 사람이 원격으로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용도에 따라 로봇 팔이나 카메라 등 여러 가지 모듈을 추가하여 장거리 커뮤니케이션, 가스 탐지, 3D 매핑, 건설 현장 모니터링, 공공 안전 등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의 역할
여러 로봇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과 인간의 조화이다. 제어, 운동학, 인공지능(AI) 등 높은 수준의 로봇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로봇은 안정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여 사람과 함께 있어도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게끔 한다.
산업용 로봇들은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하여 공정의 자동화를 이루어낸다. 하지만, 반자율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로봇들은 주변의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로봇이 가진 어마어마한 힘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용 로봇은 위의 사진과 같이 안전 구역 내에서만 작동하며 로봇이 구동될 때는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
반면,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 안에서 작업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각 상황에 필요한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 때문에 주변의 인간 작업자와 함께 일해도 사람이 다칠 일은 없으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과 로봇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하다.
각자의 개성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소비자들의 니즈도 다양해지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은 좀 더 유연해져야 하고 다양한 상황에도 즉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협동 로봇과 같이 능동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은 제조업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제조업 이외에도 물류와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어 각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왜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의 배경을 자동화 로봇 기술에 대한 수요로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제 단순한 자동차 회사를 넘어 모빌리티(Mobility)회사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는 기존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공간의 개념으로 확대된 자율주행차, 전동 스쿠터, 도심형 항공기인 UAM 등 다양한 형태의 이동 수단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 기술 등이 필수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로봇 및 자동화 기술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가진 로봇 기술과 더하여 시너지를 이뤄내어, 앞으로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한 로봇 기술 확보는 모빌리티 사업뿐만 아니라 제조 및 물류 분야에서도 그 기술을 활용하여 궁극적인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 로봇 기술은 스마트 팩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 및 물류 시스템의 유동적인 수정 및 개선을 이뤄낸다. 그리고 이렇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통해 제품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높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필수적인 로봇 기술을 선점하여 모빌리티, 제조업,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그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렇게 확대한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술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